요한복음 1장 15절 묵상, 나보다 앞선 이

 

그보다 먼저 계신 이

요한복음 1장 15절은 단 한 구절이지만,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선재(先在)에 대한 깊고 무거운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짧은 외침 속에 세례 요한의 고백은 복음의 핵심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님의 영원한 아들에 대한 증언으로서, 우리 신앙의 기초를 굳건히 세워 주눈 역할을 합니다.

세례 요한의 고백, 예수를 증언하다

"요한이 그에 대하여 증언하여 외쳐 이르되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하니라"(요 1:15).

이 구절은 요한복음 저자가 서문(1:1~18) 가운데, 세례 요한의 증언을 삽입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요한은 예수보다 먼저 나타났고, 사람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는 사명을 받았지만, 그는 자신의 위치를 철저히 겸손하게 고백합니다. 그의 외침은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선언입니다.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는 말은 단지 시간적인 순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곧 그분이 영원 전부터 계셨다는 뜻이며,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드러내는 고백입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세례 요한 자신이 받은 계시와 인격적인 만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구약에서 예언자들은 장차 오실 메시야를 기다리며 그분의 날을 사모했지만, 세례 요한은 바로 그 메시야를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증언하는 마지막 선지자로 부름받았습니다. 그는 예수님과 혈연적 관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와 사명을 넘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보다 앞선"—신성과 선재의 선언

세례 요한의 고백 중 "나보다 앞선 것"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예수가 위대한 분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여기서 헬라어 "프로토스"(πρῶτός)는 우위, 선행, 탁월함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됩니다. 요한은 예수가 시간상으로는 자신보다 뒤에 왔으나, 본질상으로는 자신보다 앞서 계셨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간과 존재의 차원을 동시에 다루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단지 인류 역사 속에서 태어난 한 인물이 아니라, 태초부터 계신 말씀(로고스)이셨습니다(요 1:1).

이 선재성은 삼위일체론적 이해 없이는 온전히 이해될 수 없습니다. 개혁주의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분명히 구분하면서도, 그분의 한 위격 안에 두 본성이 온전히 존재함을 강조합니다. 이 점에서 세례 요한의 고백은 곧 성육신 이전에 존재하신 예수의 선재를 인정하는 신학적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고백은 교회를 향한 메시지로도 이어집니다. 교회는 결코 자신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습니다. 교회는 세례 요한처럼 "그분을 높이고 나는 낮추는" 태도로 존재해야 합니다. 복음의 진리는 우리를 낮추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자리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시다

요한복음 1장의 흐름 속에서 본다면, 세례 요한의 이 고백은 14절과 연결되어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이 고백은 선재하시던 말씀이 시간 속에 들어오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요한의 증언은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예언자적 외침이며, 모든 신자들이 가져야 할 증언의 모델입니다.

예수님은 인간 역사 가운데 오셨지만, 그분은 역사 너머에 계셨던 분입니다. 이 놀라운 긴장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됩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이 유한한 인간의 형체로 오셨다는 것은 인간 이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입니다. 그러나 이 신비는 오히려 믿음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그분은 단지 우리 곁에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대신하여 죽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예수님은 존재 그 자체로 하나님의 은혜이며, 빛이며, 진리이십니다.

결론: 나보다 앞선, 그러나 우리 안에 오신

세례 요한은 자신보다 앞선 그분을 증언하며, 모든 시선을 예수께로 향하게 합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계시의 빛 아래에서 자신을 정확히 인식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그리고 이 고백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요청됩니다.

우리는 세례 요한처럼 예수를 증언하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나보다 먼저 계셨고, 나보다 앞서시며, 나보다 크신 분이지만, 동시에 나를 위해 오신 분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신학적 명제가 아니라, 날마다의 삶 속에서 붙들어야 할 복음의 진리입니다. 예수님이 나보다 앞서신다는 이 고백이 우리의 자아를 내려놓게 하고, 복음을 더욱 뚜렷히 드러내게 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고백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분은 먼저 계셨지만, 나를 위해 오셨고, 나를 사랑하시며, 지금도 내 안에 거하십니다. 우리가 이 진리를 잊지 않을 때, 세례 요한처럼 우리의 삶이 복음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담대히 외치십시오. "그는 나보다 앞선 이는 나보다 먼저 계신 분이시다." 그 고백 속에서 길을 찾고, 진리를 붙들고,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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