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7 주의 전을 위한 열심

 

주의 전을 위한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때로는 조용한 순종이 필요할 때가 있고, 또 때로는 뜨거운 열정이 요구될 때가 있습니다. 조용한 순종은 인내와 겸손의 열매라면, 뜨거운 열정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의 불길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누는 말씀, 요한복음 2장 17절은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결케 하신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제자들이 떠올린 시편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집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이 말씀 속에는 예수님의 사역의 방향성과 중심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깊은 영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성전을 향한 예수님의 열심

요한복음 2장은 예수님의 공생애 초기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성전을 정결케 하신 사건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 보셨을 때, 그곳은 더 이상 예배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성전 뜰, 특히 이방인의 뜰에는 소와 양을 파는 자들과 돈 바꾸는 자들로 가득했습니다. 성전은 기도의 집이 아니라, 거래와 이익의 공간으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습을 보고 격노하셨습니다.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상을 엎으셨습니다. 그러고는 말씀하십니다. “이것으로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요 2:16)

이때 제자들은 구약의 시편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주의 집을 위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이다.”(시 69:9) 요한복음 2장 17절은 이 말씀을 인용하며, 예수님의 이 행동이 단지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을 위한 신적인 열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열심’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젤로스(zēlos)’인데, 이는 단순한 감정의 열기가 아니라, 진리를 위한 헌신적 집념, 하나님을 위한 거룩한 질투와도 같은 강력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예수님의 열심은 단순히 종교적 개혁의 열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이 거하셔야 할 그 성전이 타락한 현실을 보며, 하나님의 이름이 욕되게 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하늘의 열심이었습니다.

그 열심은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본문에서 제자들은 “그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는 말씀을 떠올립니다. 이 표현은 예수님의 열심이 그분 자신을 소진시키는, 곧 희생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하나님의 집을 위한 열심 때문에 자신이 고난을 받고, 마침내 십자가에 이르실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고, 그 길을 기꺼이 가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전의 거룩을 회복하시려는 그 사명의 자리에서, 이미 자기 생명을 내어주시는 순종의 길을 걷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나중에야 깨닫습니다. 부활 후에야 비로소 예수님의 이 말씀과 행동이 단지 그 순간의 격분이 아니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열심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욕되게 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교회가 세상의 방식에 물들어갈 때 그것을 안타까워하며 다시 회복을 갈망하는 영적인 긴장감, 하나님의 전을 위한 순전한 사랑. 그런 열심이 지금 우리에게서 얼마나 살아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 우리는 너무 무덤덤해진 신앙 속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요? 예배가 무너져도, 말씀이 가볍게 여겨져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습관 속에 갇혀 버린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성전, 오늘의 열심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결케 하신 그 사건은 단지 1세기 유대 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3장 16절에서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 말씀합니다. 오늘날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씻김 받은 성도들, 예수의 이름으로 예배드리는 교회, 그 모든 곳이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처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주님이 들어오셔서 바라보실 때, 그 안에 기도와 예배가 살아있는지, 하나님을 향한 열망이 있는지, 말씀에 대한 갈망이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혹시 장사하는 사람들처럼 세속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지, 주님이 기뻐하실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없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예수님의 열심은 오늘 우리에게도 도전이 됩니다. 그 열심이 우리를 살립니다. 그 열심이 교회를 다시 회복시킵니다. 그 열심이 하나님의 거룩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는 불꽃이 됩니다. 우리는 그 열심을 기도하며 구해야 합니다. 냉랭한 신앙, 반복되는 형식 속에 식어버린 우리의 심령이 다시 뜨겁게 되기를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예배하는 자들을 찾고 계십니다.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자, 하나님의 집을 사모하는 자, 하나님의 이름이 존귀히 여김 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 바로 그런 자에게 주님의 열심이 임할 것입니다.

결론

사랑하는 성도님, 요한복음 2장 17절 말씀은 단지 예수님의 과거의 열심을 기억하게 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 속에서도 살아야 할 거룩한 열정입니다. “주의 집을 사모하는 열심이 나를 삼키리라.” 주님의 거룩한 열심은 성전을 깨끗하게 하셨고, 결국 우리를 위해 십자가까지 나아가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우리의 신앙이 그분의 열심에 응답하는 삶이 되기를 원합니다. 주님의 교회를 위한 열심, 하나님의 말씀을 위한 헌신, 예배를 위한 갈망이 우리 안에 다시 불붙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님이 다시 오실 그날까지, 우리는 주의 전을 사모하며, 그분의 열심을 본받아 살아가야 할 줄 믿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한번 주님께 우리의 심령을 내어드리고, 주님을 위한 열심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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