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3:20-21 빛을 피해, 어둠을 더 사랑하는 인간

 

어둠과 빛 앞에서 드러나는 진실

요한복음 3장은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로 시작하여, 인간의 구원에 대한 깊은 진리를 드러냅니다. 그중 20-21절은 그 대화의 결론부에 해당하며,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이 그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한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 본문은 단지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정면으로 대면하게 합니다.

빛이 오셨으나, 어둠을 더 사랑하는 인간

본문 2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악을 행하는 자마다 빛을 미워하여 빛으로 오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하며." 여기서 '악을 행하는 자'라는 표현은 헬라어로 "φαῦλα πράσσων(파울라 프라쏜)"으로, 단순한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타락한 행위, 곧 하나님과 관계 없는 자의 삶 전체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죄로 인해 하나님을 알지 못하며, 빛 대신 어둠을 더 사랑하는 존재로 전락하였습니다.

"빛을 미워하여(because they hate the light)"라는 표현은 중립적인 회피가 아닌, 적극적인 반감을 나타냅니다. 이들은 빛이 자신들의 죄악을 드러낼 것을 두려워하여 빛을 거부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행위가 아니라,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자신의 존재 전체가 노출되는 것을 거부하는 인간의 실존적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죄를 단순한 행위의 문제로 여깁니다. 하지만 이 본문은 인간이 하나님을 등지고 스스로를 어둠에 숨기려는 존재임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회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저항이 죄의 본질입니다. 죄인은 단지 실수한 사람이 아니라, 빛이신 하나님을 향해 등을 돌린 자입니다.

진리를 따르는 자는 빛으로 나온다

21절은 반대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진리를 따르는 자는 빛으로 오나니 이는 그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행한 것임을 나타내려 함이라." 여기서 '진리를 따르는 자(ὁ δὲ ποιῶν τὴν ἀλήθειαν)'는 단순히 정직한 사람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진리'는 곧 하나님 자신이시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구속의 실체입니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분의 말씀에 순복하며 살아가는 자를 가리킵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를 하나님 안에서, 곧 하나님께 속한 자로서 행한 것임을 드러내고자 빛 앞으로 나옵니다. 이것은 자기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을 통해 일하셨음을 고백하려는 태도입니다. 그들의 중심에는 자신이 아닌 하나님이 계십니다. 은혜로 말미암아 빛 가운데 서게 된 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삶이 하나님께 속하였음을 드러내는 것을 기쁨으로 여깁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복음의 능력을 보게 됩니다. 빛을 거부하던 자들이 진리를 따르는 자로 변화되어 빛 앞으로 나오는 것, 이것이 바로 구원의 역사입니다. 이는 인간의 결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찾아오시고, 그 안에서 행하시는 일입니다. 은혜로 말미암은 순종이며, 이는 항상 하나님 중심의 삶을 드러냅니다.

어둠을 사랑하던 자가 빛의 자녀가 되기까지

이 본문은 인간의 구원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진리를 동시에 말합니다. 하나는 인간의 전적인 부패, 곧 빛을 미워하고 어둠을 사랑하는 죄인의 상태이며,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그 어둠 속에서 빛으로 불러내시는 구원의 은혜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복음은 온전히 이해됩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 두 방향이 존재합니다. 어둠 속에 머물기를 원하며, 우리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본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설 때, 여전히 숨고 싶어하는 아담과 하와의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안에는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진리를 따르려는 소망이 자랍니다.

빛으로 나아가는 삶은 노출과 정직을 요구합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진리를 따르는 자, 하나님 안에서 행한 자는 두려움 없이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그 중심에 자신이 아닌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증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 앞에서 빛의 역할을 감당할 때, 도덕적 우월감으로 설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진 삶의 변화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빛은 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으로 이끄는 구원의 빛이어야 합니다. 이 본문이 말하는 빛은 단지 심판의 도구가 아니라, 회복의 도구입니다.

결론

요한복음 3:20-21은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은혜를 극적으로 대조하며 드러냅니다. 어둠을 사랑하던 인간은 결코 스스로 빛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시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실 때, 우리는 비로소 빛 가운데 설 수 있게 됩니다. 이 본문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복음의 본질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빛으로 오셨고, 우리는 그분 안에서 진리 가운데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숨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세상 앞에 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신 구원의 증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