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4:27-38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요한복음 4장 27절부터 38절까지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마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중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일상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본문은 복음 사역의 본질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에 대해 매우 깊이 있는 영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물질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영원한 수확과 구속사 속에서 이루어질 하나님의 계획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복음의 사역이 어떻게 준비되고 열매 맺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세상의 관심과 하늘의 관심
제자들은 예수님께 음식을 권합니다. 그들의 관심은 배고픔과 피로, 다시 말해 지금 눈에 보이는 필요에 있었습니다. "라삐여 잡수소서"(요 4:31)는 말은 인간적인 배려로 보이지만, 실은 예수님의 관심과는 완전히 어긋나 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내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느니라"(요 4:32).
이 말씀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사역의 본질을 드러내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육체의 양식보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 곧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더 큰 양식으로 여기셨습니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요 4:34)는 말씀은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사명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뜻'(헬라어: θέλημα, thelēma)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구속사적 의지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배고픔보다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데 마음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자들과 예수님의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제자들은 일시적인 양식에 집중했지만,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의 양식, 곧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를 따라 움직이셨습니다.
수확의 때는 지금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요 4:35).
여기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간과 질서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말씀하십니다. 통상적으로 곡식은 씨를 뿌린 후 약 4개월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금 당장 수확할 때라고 하십니다. 이는 사마리아 여인의 회심과 그 마을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수확은 인간의 시간표를 따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때는 언제나 현재입니다.
헬라어로 '희어졌다'(λευκαί, leukai)는 표현은 익을 대로 익은 곡식을 말합니다. 영적으로 볼 때, 사마리아 사람들은 지금 복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이 사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갈등, 문화적 장벽, 그리고 일상의 피로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눈을 들어 보라고 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시선의 전환이 아니라, 영적 통찰을 갖고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바라보라는 요청입니다. 복음의 열매는 지금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들어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하나님의 일하심을 목격하게 됩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기뻐하는 복음의 열매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거두는 자가 이미 삯도 받고 영생에 이르는 열매를 모으나니 이는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게 하려 함이라"(요 4:36). 여기서 우리는 복음 사역의 공동성과 기쁨을 봅니다. 한 사람이 씨를 뿌리고, 다른 사람이 거두지만, 그 열매는 동일하게 하나님의 기쁨이 됩니다.
'삯'(헬라어: μισθός, misthos)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복음 사역의 참여에 대한 영적 유업을 의미합니다.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는 다른 시점에서 일하지만, 결국 그 열매는 같은 구원의 역사 안에 포함됩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씨앗을 심었고, 그 마을 사람들의 회심이라는 열매로 이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이어 말씀하십니다. "그런즉 한 사람이 심고 다른 사람이 거둔다 하는 말이 옳도다. 내가 너희로 노력하지 아니한 것을 거두러 보내었노니 다른 사람들은 노력하였고 너희는 그들이 노력한 것에 참여하였느니라"(요 4:37-38).
여기서 '노력하다'(κοπιάω, kopiaō)는 수고하고 지친다는 의미입니다. 이전에 수고한 이는 선지자들이었고, 세례 요한이었으며, 예수님 자신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그들의 땀과 눈물 위에 세워진 복음의 열매를 지금 거두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지금 그 영광의 순간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복음 사역이 한 사람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이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각 사람을 사용하셔서 이루시는 역사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씨앗 위에 거두고,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씨를 뿌리는 존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결론
요한복음 4장 27절부터 38절까지의 말씀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복음 사역의 본질을 드러내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을 양식으로 삼으셨고, 제자들에게는 눈을 들어 희어진 밭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수확의 때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며, 하나님의 구속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음의 수고를 이어받은 자로서, 기쁨으로 그 열매를 거두며 하나님의 뜻에 동참해야 합니다.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기뻐하는 이 복음의 사역에, 우리 모두가 눈을 들어 동참하는 자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