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6:60-71 걸려 넘어진 사람들

 

떠나는 제자들과 남는 제자, 믿음의 진정성

요한복음 6장 60절부터 71절까지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생명의 떡이요, 자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자만이 영생을 얻는다고 말씀하신 이후의 반응을 기록한 본문입니다. 이 말씀은 많은 제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결국 그들 중 다수가 예수님을 떠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믿음의 본질과 참된 제자의 조건을 드러내는 결정적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조건이나 동기가 아닌, 하나님의 주권과 선택에 의한 믿음의 진정성을 밝히시며, 결국 참된 믿음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가능한 은혜임을 선포하십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씀에 대한 반응 (60-63절)

60절에서 제자들 중 여럿이 말합니다.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들을 수 있느냐?" 여기서 "어렵도다"라는 말은 단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불쾌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신앙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경험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기를 거절한 것입니다.

61절에 따르면, 예수님은 제자들이 이 말씀으로 인해 수근거리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물으십니다.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 여기서 "걸림"(σκανδαλίζει, skandalizei)은 스캔들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는 말로, 믿음을 방해하고 넘어뜨리는 장애물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그 내용이 과격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자율성과 종교적 자부심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을 생명의 떡으로, 자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하셨고, 이는 오직 믿음과 성령의 조명을 통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입니다.

62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인자가 이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는 장차 있을 승천 사건을 가리키는 말씀으로, 예수님의 기원과 정체성에 대한 참된 계시를 전제로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걸림이 되는 자들은 그분의 승귀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수님의 정체성은 단지 지상적 존재가 아니라, 하늘로부터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63절에서 예수님은 본질적인 진리를 선언하십니다.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 여기서 "영"(πνεῦμα, pneuma)은 성령을 의미하고, "육"(σὰρξ, sarx)은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한계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지 철학적 언어나 신비주의적 상징이 아니라, 성령께서 조명하실 때에만 깨달아지는 영적 실재입니다.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은 자는 그 어떤 설교나 기적 앞에서도 참된 믿음에 이를 수 없습니다.

믿음의 근원은 아버지의 선택 (64-66절)

64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 가운데 믿지 않는 자들이 있음을 아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사람의 외형뿐 아니라, 그 마음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심을 보여줍니다. 요한복음은 반복해서 예수님께서 처음부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아셨다고 증언합니다. 믿음은 인간의 자연적 능력이나 종교적 성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65절에서 예수님은 다시 한 번 강조하십니다. "그러므로 전에 너희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서 오게 하여 주지 아니하시면 누구든지 내게 올 수 없다 하였노라." 이 말씀은 44절에서 이미 하신 말씀의 반복으로, 예정과 선택의 교리를 강화합니다. 인간은 본성상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예수께로 나아가지도 않으며, 오직 아버지께서 이끄신 자만이 예수님께 올 수 있습니다. 이는 교만한 인간의 자율적 신앙 개념을 무너뜨리고, 전적으로 은혜에 근거한 구원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66절은 슬픈 장면을 기록합니다.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 예수님의 말씀은 영혼을 살리는 능력이 있지만, 동시에 진실하지 않은 자들을 드러내고 분리하는 검이 되기도 합니다. 진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않습니다. 진리는 때로 사람을 떠나가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셨다는 이 장면은, 교회의 수가 아닌, 신자의 진정성을 기준 삼으시는 하나님의 관점을 잘 보여줍니다.

주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이시니이다 (67-71절)

67절에서 예수님은 열두 제자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제자들의 결단을 요구하시는 주님의 음성입니다. 제자는 상황이나 분위기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주님의 말씀과 인격에 근거하여 따르는 자입니다.

68절에서 시몬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이 고백은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생명을 경험한 자의 믿음의 고백입니다. 영생은 단지 미래의 소망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 안에 담겨 있는 실제이며, 그 말씀 안에서 우리는 생명의 공급을 받습니다.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라는 질문은 단지 예수님이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만이 유일하신 구원의 길이심을 인정하는 절대적 고백입니다.

69절에서 베드로는 더욱 분명히 고백합니다. "우리는 주께서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이신 줄 믿고 알았사옵나이다." 여기서 "거룩하신 자"(ὁ ἅγιος τοῦ θεοῦ, ho hagios tou theou)는 구약에서 하나님께 구별되어 쓰임받는 메시아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외형이나 기적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통해 그분의 정체성을 알고 고백한 것입니다. 이는 성령의 조명을 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70-71절에서 충격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아니하였느냐? 그러나 너희 중의 한 사람은 마귀니라." 이는 가룟 유다를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유다의 배반을 이미 아셨고, 그것조차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음을 밝히십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선택의 신비와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 택하신 자 가운데서도 유다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교회 안에 외형상 동일해 보이나 본질적으로 다른 자들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참된 믿음은 결코 배반으로 끝나지 않으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끝까지 견디는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결론

요한복음 6장 60절부터 71절까지는 믿음의 진정성과 하나님의 주권, 그리고 제자의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육에 속한 자에게는 걸림이 되고, 성령으로 거듭난 자에게는 생명이 됩니다. 많은 이들이 떠났지만, 소수의 제자들은 오직 예수님만이 영생의 말씀을 가지신 분이심을 고백하며 남았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이 질문은 단지 당시 제자들에게만 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도 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여전히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면, 진정 주님을 따르는 자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살리는 영이요, 생명의 떡이십니다. 그분의 말씀은 우리를 살리는 능력이 있으며, 오직 아버지께서 이끄신 자만이 그분께 나아올 수 있습니다. 참된 믿음은 말씀 안에서 예수님의 정체성을 보고 고백하며, 그분께만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아는 자의 삶입니다. 주님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붙드는 자로, 오늘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