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0:7-18 강해, 양의 문, 선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

 

나는 선한 목자라

요한복음 10장은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선언을 담고 있는 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7절부터 18절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양의 문”이요 “선한 목자”라고 하신 이중적인 자기 계시의 중심 구절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하나님의 백성인 양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돌보심, 보호하심, 그리고 생명을 내어주는 희생의 사랑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문은 단지 교훈이 아니라 복음 그 자체를 드러내며, 우리가 누구를 따라가야 하며 어떤 음성에 반응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해 줍니다.

예수님은 양의 문이십니다 (10:7-10)

예수님은 다시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나는 양의 문이라.”(7절) ‘문’(θύρα)은 단순한 출입구 이상의 상징입니다. 이는 곧 구원의 통로, 참된 보호와 인도의 유일한 길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이 문이라는 선언은, 그를 통하지 않고는 누구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다는 단독적이며 절대적인 선언입니다. 이는 요한복음 14:6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는 말씀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8절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보다 먼저 온 자는 다 절도요 강도니 양들이 듣지 아니하였느니라.” 여기서 ‘나보다 먼저 온 자’는 역사적 시간 순서보다는, 메시아의 이름으로 혹은 권위를 주장하며 등장한 거짓된 지도자들을 가리킵니다. ‘절도’(κλέπτης)는 은밀하게, ‘강도’(λῃστής)는 폭력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자입니다. 예수님은 본문 앞선 1절에서도 동일한 어휘를 사용하시며, 양들을 진정으로 위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거짓 지도자들을 경고하십니다.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받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9절)고 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을 통해 얻는 구원의 복을 삼중적으로 설명한 말씀입니다. 첫째, 구원받는다는 것은 헬라어 ‘σωθήσεται’(소세세타이)로, 전적인 은혜에 의해 주어지는 영원한 생명을 말합니다. 둘째, ‘들어가며 나오며’는 양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뜻하며, 참된 안식과 평안을 의미합니다. 셋째, ‘꼴을 얻는다’는 말은 영적 양식과 공급, 곧 생명의 충만함을 가리킵니다.

10절은 대조적 선언으로 이어집니다. “도둑이 오는 것은 다만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이 얻게 하려는 것이라.” 도둑은 파괴를 목적으로 오지만, 예수님은 생명(ζωήν)을 주시되, ‘더 풍성히’(περισσὸν)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이는 단지 생존이 아니라, 영적으로 충만한 삶,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아가는 삶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죽음을 면하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참된 삶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선한 목자이십니다 (10:11-13)

11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여기서 ‘선한’이라는 말은 헬라어 ‘καλός’로, 도덕적 완전성뿐 아니라, 아름답고 탁월하며 유익하다는 의미를 함께 내포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착한 목자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완전한, 참된 목자이십니다.

그런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립니다.’ 여기서 ‘버린다’는 말은 헬라어 ‘τίθησιν’으로, 능동적 헌신을 의미합니다. 이는 십자가를 향한 자발적인 자기희생을 예고하신 말씀입니다. 단지 위험을 무릅쓰는 정도가 아니라, 기꺼이 자기 생명을 내어주는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선언입니다.

12-13절에서는 고용된 목자와 대조됩니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자기 것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12절) ‘삯꾼’(μισθωτός)은 단지 돈을 받고 일하는 자로서, 양에 대한 책임이나 사랑이 없습니다. 위기가 오면 도망칩니다. 예수님은 고난을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십자가에서 끝까지 양을 지키셨고, 자기 생명을 내어주심으로 양들을 구원하셨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목자의 본질입니다.

나는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안다 (10:14-18)

14절에서 예수님은 다시 한 번 강조하십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여기서 ‘안다’는 표현은 헬라어 ‘γινώσκω’인데,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깊은 인격적 관계, 친밀한 교제를 뜻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사정을 아시며,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고, 필요를 아시고, 고통 가운데 함께 하십니다. 이 안다는 관계는 일방향이 아닙니다. 양도 목자를 ‘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믿음의 응답, 사랑의 교제,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을 통해 드러납니다.

15절은 더욱 놀라운 고백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이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 사이의 영원하고 온전한 지식과 사랑, 그 관계가 이제 예수님과 성도의 관계로 확장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나님과 맺는 언약적 관계가 얼마나 깊고 안전한지를 말해줍니다.

16절은 이방인 선교에 대한 예고입니다. “또 이 우리에 들지 아니한 다른 양들이 내게 있어 내가 인도하여야 할 터이니…” 이는 유대인 공동체 밖의 백성들, 즉 이방인 성도들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한 민족에 국한되지 않으며, 그의 음성을 듣는 모든 자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들도 내 음성을 듣고 한 무리가 되어 한 목자에게 있으리라.” 이는 종말론적 교회의 모습,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새로운 공동체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민족과 문화, 출신과 배경을 넘어 그의 백성을 모으십니다.

17-18절은 예수님의 사역의 절정, 곧 십자가와 부활의 주권적 사역을 선언합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것은 내가 다시 목숨을 얻기 위하여 이를 버림이라.” 예수님은 자기 생명을 버리는 것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며, 하나님의 뜻을 이룬 사랑의 계획이라는 점을 밝히십니다.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이는 십자가 사건이 외부적 강제나 불의의 희생이 아니라, 자발적 헌신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줄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습니다. 이 권세(ἐξουσία)는 그분의 신적 권위이며, 아버지로부터 위임된 구속 사역의 절대적 주권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구속사의 중심이며, 우리의 구원의 확실한 근거입니다. 목자이신 예수님은 단지 죽음으로 우리를 위하신 분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심으로 우리를 영원히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결론

요한복음 10:7-18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된 양의 문이시며, 선한 목자이심을 분명히 증언합니다. 예수님을 통해서만 구원이 있으며, 오직 그분만이 생명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그는 우리를 아시며, 우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주셨고,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한 목자, 한 음성, 한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음성을 듣고 따라야 합니다. 세상의 많은 목소리 가운데, 생명을 주시기 위해 오신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십시오. 그 길은 십자가의 길일 수 있지만, 그 끝에는 부활과 영광이 있습니다.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을 온전히 믿고 따르며, 그의 사랑 안에서 오늘도 기쁨과 평안, 그리고 생명의 충만함을 누리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