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8:31-36 강해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장은 예수님의 자기 계시가 점차 깊어지는 흐름 속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기 시작한 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제자의 길과 자유의 본질에 대해 분명하게 밝혀주는 중요한 본문입니다. 31절부터 36절까지는 예수님을 믿게 된 유대인들에게 던지신 도전이며, 동시에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진리의 선언입니다. 겉으로는 믿는다고 하지만, 그 믿음이 진실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감정인지 예수님은 정확히 꿰뚫어보십니다. 본문은 진리, 제자됨, 그리고 자유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복음이 어떻게 인간의 본질적인 속박에서 해방시키는지를 깊이 묵상하게 합니다.
참된 제자는 그 말씀 안에 거하는 자입니다 (8:31)
"그러므로 예수께서 자기를 믿은 유대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라는 말씀은, 겉으로 믿는다고 고백한 자들에게 주신 시험이자 권면입니다. 여기서 "내 말에 거하면"이라는 표현은 헬라어로 "μείνητε ἐν τῷ λόγῳ τῷ ἐμῷ"인데, "거하다"(μένω)는 단순히 머무는 것을 넘어 지속적인 관계 안에 있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의 말씀 안에 지속적으로 붙어 있고, 그것을 자신의 삶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 구절은 단지 예수님을 감정적으로 믿거나 일시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 삶 전체를 그 말씀에 두는 지속적 제자도를 요구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입술로는 말하지만 그분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그 말씀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뿌리가 없는 것입니다. 참된 제자는 말씀을 단지 듣는 자가 아니라, 그 말씀 안에 살아가는 자입니다.
이는 단지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지식적으로 성경을 아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말씀 안에 거한다는 것은 곧 그 말씀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제자도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제자는 말씀에 거하는 자라고 선언하심으로써, 믿음의 본질을 내면으로 돌이키게 하십니다.
진리를 알게 되면 자유하게 됩니다 (8:32)
이어서 예수님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지만, 그 문맥을 정확히 이해해야 바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알다"라는 동사 "γνώσεσθε"는 단순히 정보나 개념을 아는 것이 아닌, 인격적이고 체험적인 앎을 의미합니다. 즉, 진리를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진리이시며(요 14:6), 그분과의 관계 안에서 그 진리를 인격적으로 체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진리가 자유케 한다는 말은, 단지 사회적 억압이나 정치적 속박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죄의 속박, 영적 어둠에서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죄의 종으로 살아갑니다. 자유는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죄 아래 태어나며(롬 5:12), 자기 의지로는 그 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자유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는 곧 하나님의 말씀이며,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육신이 되어 오신 분입니다(요 1:14). 그러므로 예수님 안에서 진리를 알고, 그분의 말씀에 거하는 자는, 더 이상 죄의 종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참된 자유를 누리는 삶으로 나아갑니다. 이 자유는 방종이나 자기 뜻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참된 생명의 자유입니다.
죄의 종에서 아들의 자유로 (8:33-36)
유대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반발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남의 종이 된 적이 없거늘 어찌하여 우리가 자유롭게 되리라 하느냐"고 묻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영적 무지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자유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로마의 식민지 아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적으로는 조상의 혈통에 기대어 자유하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착각을 단호하게 짚으십니다. "죄를 범하는 자마다 죄의 종이라." 여기서 "죄를 범한다"는 말은 현재분사 "ποιῶν"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라, 습관적이며 삶의 태도로서 죄 가운데 사는 자는 죄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노예는 자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죄의 명령에 따라 살아가는 종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까? 예수님은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가 참으로 자유로우리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아들"은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며, 이 아들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분은 집안의 종이 아니라 아들이며, 아들은 상속자이고, 주인입니다. 종은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지만, 아들은 집에 영원히 거합니다. 따라서 아들이 주는 자유는 조건부가 아닌, 영원한 자유입니다.
이 자유는 신분의 변화입니다. 죄의 종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영원한 생명의 기업을 함께 누리는 상속자로의 변화입니다. 그것은 단지 죄를 용서받는 차원이 아니라, 존재의 근본적인 전환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그 말씀 안에 거하는 자는, 더 이상 죄와 죽음의 권세 아래 있지 않으며, 의와 생명의 법 아래 자유로운 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결론
요한복음 8:31-36은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단순한 청중이 아닌, 참된 제자가 누구인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믿음은 고백으로 시작하지만, 그 고백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결국 그 말씀이 삶을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말씀 안에 거하고,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자만이 참된 제자입니다.
그리고 그런 제자만이 진리를 알게 되고, 그 진리는 죄의 사슬을 끊고 자유케 합니다. 예수님은 죄의 종들을 아들의 자리에 앉히시며, 더 이상 율법과 죄의 정죄 아래 두지 않으시고, 생명의 자유 안에 살도록 하십니다. 이 자유는 단지 기분이나 해방감이 아닌, 실재하는 신분의 변화이며, 영원한 생명의 누림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님의 말씀에 거하시기 바랍니다. 단지 듣는 자가 아니라, 그 말씀을 삶에 새기고, 그것을 따라 걸어가는 제자가 되십시오. 그렇게 살 때, 우리는 진리를 체험하게 될 것이며, 그 진리는 우리를 참으로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죄의 종으로 다시 돌아가지 마십시오.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유를 누리며, 하나님 아버지의 집에서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