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1:36-44 강해, 나사로야 나오라

나사로야 나오라: 죽음을 넘은 하나님의 영광

요한복음 11장 36절부터 44절까지는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시는 기적의 절정 장면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병 고침이나 표적의 차원이 아니라, 예수님이 "부활이요 생명"이라는 선언을 실제로 증명하는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계시 사건입니다. 이 기적은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의 능력을 드러내며,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온 세상에 밝히 드러내는 절정이 됩니다.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오해와 분노

36절은 유대인들이 예수님의 눈물을 보고 “보라 그를 얼마나 사랑하셨는가”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인간적 관점에서 예수님의 눈물을 해석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긍정적인 감탄이라기보다, 37절의 말과 연결되어 비판적 반문으로 이어집니다. "맹인의 눈을 뜨게 한 이 사람이 그 사람은 죽지 않게 할 수 없었더냐?" 이는 예수님의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불신의 언어입니다.

이 질문은 우리 신앙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알고 있지만,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실망하고 비난하는 연약한 인간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셨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랑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분의 눈물은 무능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죄와 죽음의 세계에 대한 거룩한 분노와 슬픔의 표출이었습니다. 헬라어 ‘엠브리마오마이’(ἐμβριμάομαι, 비통히 여기다)는 분노를 내포한 단어로, 예수님이 죽음 자체에 대해 깊은 격분을 느끼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사랑 많은 이웃이 아니라, 죽음을 멸하시러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사랑은 단지 감정적 위로를 넘어서는 능력의 사랑이며, 그 사랑은 반드시 죽음을 이기고 생명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그 사랑을 오해하고 한계 짓는 순간, 그분의 능력 또한 제한된 것처럼 왜곡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무덤을 향해 곧장 나아갑니다.

돌을 옮기라: 순종 없는 기적은 없다

38절에서 예수님은 다시 한 번 비통히 여기시며 무덤으로 나아가십니다. 그리고 39절에서 명령하십니다. “돌을 옮겨 놓으라.” 이 명령은 인간의 순종을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인간의 협력 속에서 기적을 이루시기도 합니다. 죽음을 가로막고 있는 돌, 부패한 시신, 절망스러운 상황 앞에서 주님은 우리의 순종을 요구하십니다.

마르다는 현실적 이유로 반응합니다.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그녀의 신앙 고백은 앞서 있었지만, 현실 앞에서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고 네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 이 말씀은 요한복음 전체를 꿰뚫는 진리입니다. 믿음은 단지 과거의 신앙 고백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순종과 직결되어야 하며, 그럴 때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능력을 수용할 준비입니다. 우리가 돌을 옮겨야 부활이 임합니다. 순종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며, 살아 있는 믿음은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마르다와 유대인들이 돌을 옮겼을 때, 그들은 썩어가는 현실 너머의 생명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복음의 능력입니다.

나사로야 나오라: 생명을 부르시는 주의 음성

41절부터 44절까지는 예수님의 기도와 기적의 실제가 이어집니다. 먼저 예수님은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아직 기적을 행하기 전인데도 이미 감사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하나님과의 완전한 일치와 사역의 확신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항상 성부 하나님의 뜻과 연결된 상태로 역사하셨습니다. 이 기도는 공개된 장면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드러내며, 듣는 자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권위가 하늘로부터 온 것임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 “나사로야 나오라.” 이 짧은 명령은 죽음을 가르는 하나님의 권위 있는 말씀입니다. 헬라어 원문 ‘듀루 에제흐티 엑소’(Δεῦρο ἔξελθε ἔξω)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명령형입니다. 예수님은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마치 요한복음 10장에서 양의 이름을 아시고 부르시는 선한 목자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죽음 가운데 있는 자의 이름을 부르신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구속이 얼마나 인격적이고 세밀한지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그저 "죽은 자여 나오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사로야" 하고 부르셨습니다. 이는 신자의 부활이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속받은 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 생명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격적 역사임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는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죽음과 절망 속에서 생명의 자리로 불러내십니다.

그리고 44절, 나사로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 나옵니다. 이는 아직 그의 몸이 죽음의 흔적 속에 있으나, 생명이 그 안에 역사하고 있다는 표지입니다. 예수님은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이는 공동체의 역할을 상징합니다. 살아난 자가 다시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걷게 되기까지, 공동체는 그를 도와야 합니다. 복음은 개인 구원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적 회복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 명령은 단지 물리적 해방이 아니라, 복음 공동체가 살아난 자를 돕는 사명을 갖고 있음을 교훈합니다.

결론

요한복음 11:36-44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완전한 구속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눈물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무덤 앞에서의 순종과 믿음을 통해 절정에 이르렀고, 결국 한 인격을 살리는 생명의 권위로 완성됩니다.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무덤의 돌’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그리고 이름을 부르십니다. “나사로야, 나오라.”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 그리고 옆 사람의 베를 풀어주는 공동체적 순종이 있을 때, 우리는 이 세상에서도 부활의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은 단지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도 역사하는 하나님의 현재적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