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5:30-47 아들을 통해 증언하신 하나님

 

아들을 통해 증언하신 하나님

요한복음 5장 30절부터 47절까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 자신을 증언하시며,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행하시는 분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이전 본문이 아버지와 아들의 일치, 생명과 심판의 권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본문은 그러한 선언의 신빙성을 드러내기 위한 증거들을 제시합니다. 예수님의 증언이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님을 강조하시며, 아버지의 증언, 요한의 증언, 예수께서 행하신 일, 성경 말씀, 그리고 모세의 기록까지 모두 예수님이 참된 메시아이심을 증언하고 있음을 밝히십니다.

아들의 순종과 공의로운 심판 (5:30)

예수님은 다시 한번 자신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노라"(οὐ δύναμαι ἐγὼ ποιεῖν ἀπ᾽ ἐμαυτοῦ οὐδέν)는 선언은 자율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철저한 순종과 아버지와의 본질적 일치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듣는 대로 심판하신다고 말씀하시며(καθὼς ἀκούω κρίνω), 이는 삼위 하나님의 내적 일치 속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뜻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에 그분의 심판은 언제나 의롭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정체성과 사역의 방향이 오직 하나님 아버지께 순복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증거를 통한 아들의 정당성 (5:31-40)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나를 위하여 증언하면 내 증언은 참되지 아니하되"라고 하십니다. 이는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라, 유대 율법 체계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증언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부족하다는 문맥적 이해가 필요합니다(신 19:15 참조). 예수님은 자신에 대해 증언하는 이가 따로 있으며, 그 증언이 참되다고 선언하십니다. 곧 아버지 하나님이십니다.

그 첫 번째 증인은 세례 요한입니다. 요한은 진리에 대해 증언했고, 예수님은 요한의 증언을 통해 유대인들이 구원을 얻기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때 요한의 등불 아래 머물기를 기뻐했을 뿐, 그의 증언의 본질을 붙들지 않았습니다. 요한은 단지 일시적 등불에 불과했고, 그 빛이 가리키는 본체는 예수 그리스도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요한보다 더 큰 증거를 가지고 계십니다. 바로 아버지께서 주신 역사입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과 이적, 곧 병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그 모든 사역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예수를 보내셨다는 증거입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예수님의 사역이 단지 능력이 아니라, 아버지의 의도를 드러내는 계시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행위는 단순한 표적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임재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또한 아버지 하나님께서도 친히 예수님을 위하여 증언하셨습니다. 이는 세례 때 하늘로부터 들린 음성, 변화산 사건 등에서 분명히 나타났으며, 예수님의 사역 내내 성령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타난 계시였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그 음성을 듣지 못했고, 그 형상을 보지 못했으며, 그 말씀이 그들 속에 거하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의도적인 거부와 불신앙의 결과입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성경 지식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십니다. 그들은 성경을 연구하면서 그 안에 영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성경이 증언하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수께 오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아이러니는 성경을 연구하면서도 그 말씀의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거절하는 어리석음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을 구하는 자 (5:41-44)

예수님은 이어서 자신이 사람에게서 영광을 취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그들 속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오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자기 이름으로 오는 자는 영접한다고 하십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자기중심적이며, 참된 권위보다 외적인 현상과 자기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는 고발입니다.

예수님은 중요한 원리를 드러내십니다. "서로 영광을 취하고 유일하신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은 구하지 아니하니 어찌 나를 믿을 수 있느냐"는 말씀은 믿음과 영광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곧, 인간의 영광을 구하는 자는 하나님을 믿을 수 없고,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을 사모하는 자만이 참된 믿음을 소유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신앙은 자기 자랑을 버리고 하나님께 시선을 돌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세의 글과 예수의 말씀 (5:45-47)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고발하는 이는 아버지가 아니라, 그들이 의지하는 모세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대인들은 율법의 대표자인 모세를 통해 의로움을 얻고자 했지만, 정작 모세는 예수님에 대해 기록했던 자였습니다. 모세의 글은 단지 율법 조항을 넘어서, 그리스도를 예표하며 하나님의 구속사를 계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세를 문자적으로만 붙들고, 그의 글이 가리키는 메시야를 외면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의 글도 믿지 아니하거든 어찌 내 말을 믿겠느냐" 이는 성경을 문자로만 읽고 그 안에 담긴 구속의 계시를 보지 못하는 자들에게 주시는 경고입니다. 성경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데 있으며, 그것이 없다면 성경 지식은 오히려 정죄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영광은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예수님께서 주시는 말씀은 신앙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신앙은 외적인 형식이나 인간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증언을 듣고, 그것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파송받은 자이며, 그 말씀과 사역,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까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증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곧 하나님을 믿는 것이며, 그 말씀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매일같이 누구의 영광을 구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립니다. 사람의 칭찬을 구하고 자기 이름을 세우는 데 몰두하면,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을 사모하는 자는,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진리를 따르며 살아갑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러한 믿음을 요청하십니다.

예수님을 증언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요한의 외침, 예수님의 사역, 성경 말씀, 모세의 기록 모두가 동일하게 말합니다. "이분이 곧 그리스도시다." 이제는 우리가 그 음성 앞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지식의 신앙에서 머무르지 말고, 말씀 앞에 마음을 열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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