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3:17-18 묵상, 예수님이 오신 이유

 

정죄가 아닌 구원의 목적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복음 앞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본문이 바로 요한복음 3장 17절과 18절입니다. 이 두 구절은 하나님께서 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동시에 예수님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운명이 얼마나 극명하게 갈리는지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함께 깊이 묵상하면서, 우리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자 합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심판이 아니라 구원이다

17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이 구절은 하나님의 뜻이 결코 정죄와 멸망에 있지 않고, 구원과 생명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보내다'라는 동사는 헬라어 apesteilen으로, 이는 사도라는 단어 apostolos와 어원이 같은데, 단순한 파송이 아니라 사명과 목적을 갖고 보낸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신 것은 단순히 세상에 진리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진리를 통하여 세상이 구원을 얻게 하시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서 '세상'(헬. kosmos)은 단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단절된 죄 가운데 있는 인류 전체, 즉 구원이 절실히 필요한 존재로서의 인류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오심은 심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심판에서 건져내기 위한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것은,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세상을 심판하시려 한다는 오해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예수님은 처음 오심에서는 정죄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 오셨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율법처럼 이해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짐처럼 받아들이지만,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믿는 자는 심판 받지 않는다

18절 전반절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여기서 ‘믿는 자’(헬. ho pisteuōn)는 단순한 동의나 호감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신뢰와 위탁을 의미합니다.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삶 전체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심판을 받지 아니한다’는 표현은 헬라어 현재형으로 기록되어 있어, 믿는 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의 심판에서 자유롭다는 선언입니다. 이는 미래에 어떤 종말론적인 심판에서 간신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심판을 통과한 자라는 영광스러운 복음입니다.

이 선언은 우리에게 확신을 줍니다. 우리는 여전히 죄와 연약함 가운데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인해 하나님의 정죄 아래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분은 이미 옮겨졌습니다. 사망에서 생명으로, 정죄에서 용서로, 심판에서 은혜로 옮겨진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움이 아니라 감사함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은 자다

18절 후반은 이렇게 말합니다.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 여기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벌써 심판을 받았다’는 말입니다. 이는 헬라어 현재완료 시제로, 이미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믿지 않는 자는 단지 중립적인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을 듣고도 거부하는 그 순간, 그는 스스로를 심판 아래로 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누구도 강제로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유일한 구원의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할 때, 인간은 스스로 그 정죄의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라는 표현은 단순히 이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이 담고 있는 권세와 본질, 곧 예수님의 전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름은 성경에서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인격과 사명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름을 믿는다는 것은 곧 그분의 구원 사역 전체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복음 앞에는 항상 선택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습니다. 주님은 구원의 길을 여셨고, 믿는 자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자는 스스로 심판 아래 놓이게 됩니다. 이 진리는 냉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믿음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점에서 놀라운 은혜입니다.


결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요한복음 3장 17절과 18절은 하나님의 구속사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정죄가 아니라 구원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구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만 적용됩니다.

믿는 자는 지금도 심판을 받지 않습니다. 이미 생명 안에 있는 자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지금도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여 있습니다. 이 경고는 우리를 두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믿고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초청입니다.

오늘도 복음은 선포됩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정죄의 길이 아닌, 구원의 길을. 어둠이 아닌 빛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심판을 지나 생명으로 옮겨진 자답게 감사하며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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