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4:24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
하나님은 사람을 예배자로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속에서 밝혀주셨습니다. 요한복음 4장 24절의 말씀은 단지 예배 형식의 전환을 말하는 구절이 아니라, 예배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꿰뚫는 선언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형식과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참된 예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본문으로, 교회와 신자의 삶 전반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존재적 선언
요한복음 4장 24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이 말씀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선언입니다. 여기서 '영'은 헬라어로 ‘프뉴마(πνεῦμα)’인데, 이는 육체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시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무한하고 보이지 않으며 거룩하고 자유로운 인격적 존재임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라는 선언은 하나님을 인간의 범주나 감각 안에 가두려는 모든 시도를 무너뜨리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처럼 장소에 제한되지 않으시며, 특정 형상이나 제도에 의해 구속되지 않으십니다. 이는 곧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외형과 장소, 방식에 얽매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은 성막과 성전을 중심으로 하나님을 예배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공간이었고,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장차 오실 참된 성전, 곧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 그림자였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바로 성전이심을 말씀하셨고(요 2:21), 부활 후에는 성령을 통해 믿는 자 안에 하나님이 거하시게 하셨습니다. 이제 예배는 건물이나 제의에 갇히지 않고, 하나님의 본질, 곧 ‘영’ 되신 하나님께 전 인격으로 드려야 할 고백이 되었습니다.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의 본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이 구절은 예수님께서 단지 새로운 방식의 예배를 말하신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창세 이래 하나님께서 항상 기뻐하셨던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영으로 예배한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이거나 신비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역사하시고, 우리의 영이 그분께 반응하여 드리는 전 인격적이고 진실한 예배를 말합니다.
여기서 ‘영’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하나님을 향한 반응이며, 동시에 성령께서 주도하시는 거룩한 감응입니다. 예배는 단지 겉모습이나 말의 형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중심을 받으시는 신령한 행위입니다. ‘진리로 예배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직한 마음으로 예배드린다는 의미를 넘어,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에 근거하여 드리는 예배를 말합니다. 예배는 내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누구신지를 알고, 그 진리 안에서 반응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진리는 곧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 14:6).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리로 예배한다’는 말은 곧 그리스도 안에서 예배한다는 뜻이며, 복음의 빛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달아 드리는 반응입니다. 영과 진리, 이 두 단어는 성령과 말씀, 즉 하나님의 역사와 계시에 반응하는 사람의 전 존재를 아우르는 표현입니다.
예배하는 자를 찾으시는 하나님: 주도권의 역전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예배는 인간이 찾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이 예배자를 찾으시는 사건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과 구속사의 주도권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인간은 타락 이후 하나님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하나님을 찾지도 못하고, 찾을 의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끊임없이 사람을 찾아오셨고, 그 정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단지 받기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친히 예배자를 세우시고, 부르시고, 구속하시며, 그들을 통해 영광 받기를 기뻐하십니다. 고난주간에 우리는 그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됩니다. 십자가는 단지 고통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예배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친히 내려오신 사건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찢기심으로 우리는 성소에 들어갈 길이 열렸고, 이제는 누구든지 ‘영과 진리’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런 예배자를 찾고 계십니다. 세련된 말솜씨나, 눈물 어린 감정 표현이 아니라, 성령에 의해 움직이고, 말씀에 의해 형성된 마음으로 드려지는 참된 예배를 받기 원하십니다. 우리는 예배당 안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도 그런 예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진리를 벗어나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삶 자체가 하나님께는 향기로운 제물이 됩니다.
결론
요한복음 4장 24절은 예배의 정의를 완전히 재편한 말씀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기뻐하셨던 예배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의 입에서 나온 이 한 절의 말씀은, 예배가 단지 종교 행위나 의식이 아님을 드러내며, 그것이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줍니다. 하나님은 영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인간의 외형적 노력이 아니라, 성령의 감화와 말씀의 빛 가운데에서 드려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고난주간을 지나며 우리는 다시 십자가 앞에 서게 됩니다. 그 십자가는 진리이시며, 그 십자가 앞에서 우리는 무릎 꿇고 예배자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장소나 형식에 메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찾으시는 예배자가 되기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영과 진리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고난주간을 지나며 우리가 회복해야 할 예배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