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5:39-40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성경을 넘어서 그리스도께 나아가라

요한복음 5장 39절과 40절은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의 신앙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주시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 신앙의 형태에도 날카롭게 도전하는 구절로, 말씀에 대한 태도와 그것이 가리키는 궁극적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성경을 연구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경이 증언하는 분께 나아가는 것이 참된 목적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신앙은 문자적 지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인도하는 생명의 주님과의 인격적 관계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성경을 연구하는 자들 (5:39)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는 이 말씀은 유대인들의 성경 해석 방식과 목적을 예리하게 비판하신 구절입니다. 여기서 "성경을 연구하거니와"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ἐραυνᾶτε"(eraunate)인데, 이는 현재형으로 사용되어 지속적인 탐구와 열정적인 연구를 나타냅니다. 유대인들은 구약 성경을 진지하게 연구하며 율법 속에서 영생의 길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성경의 본질을 놓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성경 안에서 영생을 얻는 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생각하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δοκεῖτε"(dokeite)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강한 확신 혹은 자기 확신을 의미합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성경 연구가 생명을 얻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관점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십니다. 성경은 영생 자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라, 영생을 주시는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증언의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는 선언은 성경의 중심이 그리스도라는 성경신학의 핵심을 요약하는 말씀입니다. 구약의 율법, 선지서, 시가서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자요, 예표이며, 종말론적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그들은 성경의 문자를 붙들고 있었지만, 그 문자 뒤에 계신 하나님의 아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신앙이 단순한 문자 지식이나 제도적 신학으로는 결코 완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 도전이 주어집니다. 성경을 읽고 암송하고 연구하는 것이 곧 신앙의 전부가 아닙니다. 성경은 살아계신 그리스도께로 우리를 이끄는 도구이며, 그분을 만나는 통로입니다. 그러므로 말씀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우리가 성경 속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인격과 영광을 사모하게 될 때, 비로소 말씀이 우리 안에서 살아 역사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오기를 원하지 않는 마음 (5:40)

이어지는 40절에서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가 영생을 얻기 위하여 내게 오기를 원하지 아니하는도다." 이 구절은 앞선 구절의 핵심적인 문제를 정리해줍니다. 유대인들이 성경을 연구하고 열심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은 예수님께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씀에서 주목할 표현은 "원하지 아니한다"는 부분입니다. 헬라어 "θέλετε"(thelete)는 의지를 표현하는 동사로,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고의적인 거부를 나타냅니다.

예수님께 오지 않는 이유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몰라서가 아니라, 오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간의 타락한 의지가 진리를 회피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개혁주의적 인간론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죄로 인해 왜곡된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종교심을 붙들되, 정작 생명의 주이신 하나님께는 나아가기를 거부합니다. 유대인들의 신앙은 철저히 형식화된 신학과 전통 위에 서 있었으며, 예언의 성취로 오신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한 채, 오히려 그분을 배척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 오기를 원하지 않는 태도는 단지 그 당시 유대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도 말씀을 연구하고, 예배에 참석하며, 외적인 신앙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정보로만 받아들이고, 삶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종교적 습관일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의 의지를 묻고 계십니다. "너는 나에게 오기를 원하느냐?"

신앙은 지식만이 아니라 의지와 감정, 그리고 전인격적인 응답을 포함합니다. 그리스도께 나아간다는 것은 단지 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부인을 통하여 주님의 주권을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르며, 자기의 왕국을 내려놓고 주님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참된 '오기'입니다. 주님은 영생을 주시기 원하시며, 그것은 오직 그분께 나아올 때에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성경 지식과 생명의 분리된 신앙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신앙의 외형과 본질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유대인들은 열심히 성경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말씀 속에서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말씀의 지식은 쌓였지만, 그 말씀이 가리키는 생명의 관계는 없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교회 안에 있는 가장 위험한 함정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성경 공부를 하고, 설교를 듣고,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정보 축적에 그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말씀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지식은 수단일 뿐입니다. 그리스도께 나아가지 않는 지식은 오히려 정죄의 증거가 됩니다. 성경은 복음서와 서신서뿐 아니라, 창세기부터 말라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계시의 흐름입니다. 창세기의 아브라함도, 출애굽기의 유월절도, 시편의 노래도, 선지서의 외침도 모두 그분의 그림자요, 오실 메시야를 미리 보여주는 창들입니다.

그러므로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야 합니다. 매 장, 매 절 속에서 그분의 인격과 사역을 묵상하고, 성령의 도우심 안에서 그 말씀 앞에 자기를 굴복시키는 것이 참된 신앙의 길입니다. 말씀을 읽을 때마다, 설교를 들을 때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이 말씀이 그리스도를 어떻게 증언하고 있는가?"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을 덧붙여야 합니다. "나는 이 그리스도께 나아가고 있는가?"

결론

예수님의 말씀은 단호하고도 자비롭습니다. 성경을 연구하되 그 속에서 나를 보라고 하십니다. 성경을 탐독하면서도 예수님께 나아오지 않는 신앙은 죽은 신앙입니다. 성경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이 참된 목적입니다. 유대인들은 성경의 문자에 매달렸지만, 그 성경이 증언하는 분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은 영생을 원했지만, 그 영생의 근원이신 예수께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도 그리스도 앞에 설 때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연구합니다. 매일 말씀을 봅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단지 도덕적 교훈이나 지식 전달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살아계신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며, 그 말씀을 따라 나아가야 합니다. 오직 예수께 나아올 때, 오직 그분의 이름을 부를 때에만 참된 생명이 주어집니다. 오늘도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지식의 신앙에서 벗어나 생명의 주님께로 달려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