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7:37–39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오라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오라

요한복음 7장 37절부터 39절은 예수님의 초막절 마지막 날에 하신 결정적 선언입니다. 이 짧은 본문은 예수님의 정체성과 사역, 그리고 오실 성령에 대한 약속이 응축된 말씀으로, 복음서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전환점 중 하나입니다. 초막절의 상징을 넘어, 영적 갈증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로서 예수님 자신을 드러내시는 이 장면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초막절 마지막 날, 선포의 배경 (37절)

37절은 시공간적 배경을 분명히 밝히며 시작됩니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라는 구절은 이 말씀이 무대 위의 극적인 선언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유대인의 초막절은 7일 동안 진행되며, 8일째 되는 날은 성회로서 가장 중요한 절정의 날로 여겨졌습니다. 이 날은 성전에서 물을 붓는 의식이 없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전날까지 매일 실로암에서 물을 길어 성전 제단에 붓는 예식이 반복되었지만, 마지막 날에는 그 물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 맥락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이 선언은 단지 비유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성전의 제단보다 더 크신 분이시며, 율법 아래서 반복되던 예식보다 더 완전한 구원의 근원이심을 밝히십니다. 그리고 물이 없는 그날, 사람들의 영적 갈증이 더욱 뚜렷해지는 바로 그 날에, 예수님은 참 생수의 근원이심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외쳐 이르시되"라는 표현은 헬라어로 "크라조(krazo)"인데, 이는 절박하게, 또는 단호하게 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구원의 긴급성과 절대성을 담은 절박한 초대입니다. 누구든지, 즉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남녀노소와 신분을 막론하고 예수께 나아오는 자는 목마름을 해결받을 수 있다는 놀라운 복음의 포용력이 이 선언 안에 담겨 있습니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38절)

38절에서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 이 말씀은 구약 전체를 종합하며 예언자들의 기대를 성취하는 선언입니다. 여기서 "성경에 이름과 같이"라는 표현은 특정 구절 하나보다는, 이사야서 44장 3절, 에스겔 47장, 스가랴 14장 8절 등에서 예언된 생명과 구속의 물, 곧 성령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자는 그 자체로 생명과 구원의 통로가 됩니다. "그 배에서"라는 표현은 단지 육체적 기관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음에서부터, 삶 전체에서, 존재 전반에서 성령의 생수가 흘러나오는 삶을 뜻합니다. 여기서 흘러나온다는 표현은 원어로는 계속적이고 충만한 상태를 가리키는 현재시제 동사입니다. 곧, 성령을 받은 자는 일회적 체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그 생수를 흘려보내는 자로 변화된다는 뜻입니다.

개혁주의 신학은 이 구절을 통해 성령의 내주와 생명력 있는 신자의 삶을 강조해 왔습니다. 믿음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역사이며, 그 증거는 성령의 흐름을 통해 나타납니다. 성령의 역사 없는 신앙은 외형은 있어도 실체가 없습니다. 이 말씀은 교회와 성도에게 살아있는 믿음, 흘러넘치는 은혜의 삶을 도전합니다.

성령에 대한 약속, 오실 이를 예비하심 (39절)

39절에서 사도 요한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이 말씀의 의미를 해설합니다.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예수께서 아직 영광을 받지 아니하셨으므로 성령이 아직 그들에게 계시지 아니하시더라." 이는 예수님의 선언이 단지 현재적 축복이 아니라, 장차 오순절에 임할 성령의 내주를 예비하는 말씀임을 명확히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신학적 연결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영광은 십자가와 부활, 승천을 포함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예수님의 영광 이후에 부어질 약속된 선물로, 하나님의 백성 안에 내주하시며,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고 깨닫게 하며,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게 하시는 능력입니다.

이 말씀은 오순절 사건의 예언이자, 성령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선언입니다. 이제 믿는 자들은 성전에서 물을 길어 붓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 자체가 곧 생수의 근원과 연결되는 것이며, 그분을 통해 부어지는 성령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의 강이 되어 신자의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개혁주의 전통은 성령의 사역을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적용으로 보며, 믿음, 회개, 성화, 인도하심, 공동체의 세움까지 모두 성령의 사역 안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예수님이 이 시점에서 성령을 말씀하신 것은 단지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바로 성령의 문을 여시는 분이라는 것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성령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참된 신자는 반드시 성령을 받고, 그 성령은 그 안에서 생수처럼 역사하십니다. 성령은 조용하지만 능력 있는 흐름으로,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책망으로, 때로는 사명으로 역사하시며,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십니다. 이 은혜를 누리지 못한 채 형식만 남은 신앙은 메마른 제단에서 끝나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요한복음 7장 37절부터 39절은 예수님의 초막절 마지막 날 선포를 통해, 그분이 바로 생수의 근원이심을 계시하시고, 장차 믿는 자 안에 성령이 내주하게 될 것을 예언하신 말씀입니다. 메마른 영혼을 해갈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분을 믿는 자는 그 안에서 성령의 생수가 흘러넘치게 되며, 그 생명은 자기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흘러가게 됩니다.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갈증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기대고 있습니까? 주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오라. 그리고 마시라. 참 생수는 오직 예수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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